정겨운 목소리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그녀-게슈탈트 심리치료
- cinogun
- 2025년 5월 1일
- 2분 분량

“모두가 나를 싫어할까 무서워요… 선생님!”
그녀는 늘 정겨운 목소리로 말끝마다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한 문장이 끝나면,
다시 꼭 내 이름을 확인하듯,
내 존재를 확인하듯 그렇게 부른다.
그 말이 참 듣기 좋다.
정겹고 따뜻하다.
마치 그 말 안에 그녀가 걸어온 시간과 마음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이별의 아픔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단 한 번의 이별만이 아니다.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깊고 아픈 이별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이별이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늘 어떤 관계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어쩌면 사랑은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
머무르지 않고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거나 ‘바라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은 떠나버릴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죠,
선생님… 제가 너무 많이 기대한 걸까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얼어 있다.
기대하고 싶지만,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그녀를 붙들고 있다.
오랜 시간 우리는 만났다.
매주, 때로는 매달 그 공포의 그림자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그 그림자는,
때론 말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론 침묵 속에 드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변한 것이 있다면,
예전의 그녀는 그 두려움을 말조차 못 했다는 점이다.
이제 그녀는 두려움을 말할 수 있다.
“무서워요, 선생님”
이라 말하며 손끝으로 불안의 윤곽을 그리기 시작했다.
요즘 그녀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언니와 자주 만난다.
그 언니는 그녀를 친동생 이상으로 돌보고,
그녀는 그 따뜻함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내보이고 있다.
언니를 통해 소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도 만나고 있다.
관계의 문을 닫아걸고 혼자
있던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공포 앞에 서 있다.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
하고 누군가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처는 시간만으로 아물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천천히,
신뢰를 통해,
반복적인 ‘떠나지 않음’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치유된다.
그녀가 아직도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그녀의 약함이 아니라,
살아온 삶에 대한 정직한 반응이다.
그녀가 내게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
나는 그 말 속에 있는 그녀의 마음을 듣는다.
'당신은 내 곁에 있나요?
지금 여기 있나요?'
하고 묻는 듯한 그 목소리.
그리고 나도 그렇게 마음속으로 대답한다.
“응, 나는 여기 있어.
네가 몇 번을 물어도,
나는 계속 여기 있을게.”
치유란 어쩌면 그렇게 정겨운 부름
하나에서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이름 붙여 부르고,
또 그 부름에 응답하는 과정.
그 반복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고,
그녀의 마음 안에 또 하나의 자리가 생겨난다.
떠남보다 머묾이 가능한 자리.
불안보다 연결이 더 강한 자리.
그녀는 오늘도 정겨운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선생님!”
게슈탈트 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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