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가르쳐준 한 가지 선택"-부산심리치료
- cinogun
- 2025년 12월 18일
- 2분 분량

“남친과 헤어졌어요”
이렇게 말을 꺼낸 그녀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어요.
담담하게 말하려 했지만, 말끝마다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죠.
2년을 만난 관계였다고 했어요.
최근 들어 그녀의 마음이 많이 힘들어졌고,
그저 이해받고 싶었을 뿐인데 돌아온 말은 뜻밖이었대요.
그는 그동안 그녀에게 맞추느라 자신도 힘들었다고 했다고요.
그 말이 그녀를 더 조용하게 만들었어요.
그녀는 의대를 다니고 있어요.
본가가 부산이 아니라 혼자 지내고 있었고,
그래서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었어요.
어쩌면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며칠 뒤부터 실습 때문에 서울에 한두 달 지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본가에 들어가야 한대요.
그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집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가... 고민이예요”
부모님 사이는 좋지 않다고 했어요.
갈등이 잦았고, 그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산의 대학을 선택했던 거라고요.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마음도 멀어지고 싶었던 선택이었을 거예요.
“어떻게 불편해요?”
제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부모님은 서로 직접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녀에게 말을 전한대요. 메신저처럼..
엄마의 말, 아빠의 말이 각각 그녀에게 도착하고,
그녀는 그 사이에 서게 돼요.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또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했어요.
서로에 대한 불만을 들을 때마다 그녀의 고민은 깊어졌대요.
맞장구를 쳐야 할지, 아니면 이제 그만 듣고 싶다고 말해야 할지.
그래서 제가 이렇게 물었어요.
“만약에 듣기 싫다고
그만하시라고 말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예상이 되나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말했어요.
“엄마가 서운해 할거고..
엄마가 힘들어 질거예요..”
그 순간,
저는 그녀가 얼마나 오래 이런 자리에 서 있었을지 느껴졌어요.
힘든 자신의 마음보다,
엄마가 서운해할 감정부터 먼저 떠올리는 사람.
자신의 고통보다 가족의 균형을 먼저 살피는 사람이라는 걸요.
그 모습에 제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어요.
가족의 불화 속에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상황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일이었거든요.
목소리를 낮추고, 숨을 참으며, 몸을 최대한 작게 만드는 것.
존재감을 줄이면 갈등도 나를 비켜갈 거라 믿었던 시간들이요.
그래서 저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자신보다 엄마,..
가족이 훨씬 중요한거네요”
그 말을 듣자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었어요.
마치 처음으로 들킨 사람처럼, 혹은 누군가 알아봐 준 것처럼요.
그리고 저는 다시 물었어요.
“이별을 결정할 때는 누가 더 중요했었나요?”
이번엔 망설임 없이 그녀가 말했어요.
“저예요”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큰 변화가 담겨 있었어요.
늘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던 사람이,
아주 잠깐이지만 자기 자신을 선택한 순간이었거든요.
우리는 종종 착한 선택과 자신을 지키는 선택 사이에서 갈등해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누군가가 더 힘들어질까 봐 스스로를 뒤로 미루죠.
하지만 자기 자신을 선택하는 순간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아주 늦게 도착한 용기일지도 몰라요.
그동안 너무 오래 참고, 너무 오래 버텨왔다는 증거니까요.
그녀가 말한 “저예요”라는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아마도 그 말은 이별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자기 편이 되겠다는 선언으로 들렸거든요.
부산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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