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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코치에게도 휴가를 줄 때”-부산심리치료


해운대심리상담

이 아이는 매년 나와 만나는 것 같아요.

벌써 6년째예요.

처음 만났을 때가 아직도 선명해요.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게 너무 힘들어하던 그때,

나는 마치 커다란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무슨 질문을 해도 아이는 “모르겠어요”라는 말만 했고,

결국 눈물이 맺히곤 했죠.

그 눈물 뒤에는 말하지 못한 마음의 무게가 있었어요.

그때 나는 느꼈어요.

이 아이의 마음속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방’​​이 하나 있다는 걸요.



이듬해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가족이 아닌 ‘꿈’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뜨개질, 인형, 책, 노래…

아이의 말 속에는 반짝이는 세계가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아이는 엘리트 운동선수였죠.

매일 반복되는 훈련, 기록, 성적, 경쟁.

그 안에서 아이가 꿈꾸는 세상은 너무 멀리 있는 듯했어요.

그때 나는 마음 한켠이 늘 조용히 불안했어요.

‘이 아이는 지금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뛰고 있는 걸까?’

그 답은 그해엔 들을 수 없었어요.

시간이 흘러, 작년에 다시 아이를 만났을 때

그 아이는 다리를 다쳐서 실망한 얼굴로 찾아왔어요.

"이제 다시 뛸 수 있을까요?"

그 물음 속엔 단순한 통증 이상의 두려움이 있었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듯한,

그 공허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리고 지지난주,

그 아이가 다시 나를 찾아왔어요.

이번엔 조금 다른 눈빛이었어요.

조심스러운 듯, 그러나 단단한 결심이 느껴지는 눈빛이었죠.

“저… 운동 그만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해온 운동이었고

그 아이에게 운동은 삶의 거의 전부였거든요.

그 말을 꺼내는 동안 아이는 아주 조용했어요.

그 조용함 안에는 슬픔도, 해방감도, 그리고 두려움도 섞여 있었어요.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 놀라웠어요.

“병이 찾아왔어요.”

그 아이는 자신의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치는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어요.

“쉬면 안 돼. 이 정도로는 부족해. 더 해야 해.”

그 목소리는 늘 아이를 몰아세웠대요.

그리고 그 목소리를 없애고 싶다고 했어요.

“이제 좀 조용해졌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 말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아이가 자신을 몰아붙여 왔는지를 느꼈어요.

그건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자신 안의 ‘감독’에게 인정받기 위한 싸움이 아니었을까요?

그날 아이는 조용히 덧붙였어요.

“엄마 아빠한텐 말 안 했어요.

특히 엄마는 알면 너무 상처받을 거예요.”

나는 가만히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어요.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자랐어요.

엄마가 늘 울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죠.

그래서,

그 엄마를 더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그 마음이 너무 선명하게 전해져서

가슴이 짠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너는 엄마를 약한 엄마로 보고 있구나.

그 엄마 앞에서는 아파도 힘들어도 말을 할 수 없었겠다.”

잠시 정적이 흘렀어요.

그 아이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그래서요, 제 안에 코치를 뒀어요.”

그 말이 마음에 깊게 박혔어요.

‘내 안에 코치를 두었다.’

그건 아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또 다른 ‘나’였어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약해지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 코치는 늘 말했겠죠.

“울지 마, 버텨, 더 해.”

그 목소리가 아이를 지탱해 주었지만

이제는 그 코치가 아이를 병들게 한 거예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어요.

우리 안에도 각자의 ‘내면의 코치’가 있지 않을까요?

칭찬받고 싶어서, 실망시키지 않으려 해서,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어서 만들어낸 목소리.

그 코치는 때로 우리를 일으켜 세우지만,

때로는 우리를 너무 몰아붙이죠.

어쩌면 ‘자기를 돌본다’는 건

그 코치에게 잠시 휴가를 주는 일일지도 몰라요.

“이제 괜찮아. 잠시 쉬어도 돼.”

그 한마디를 자신에게 건넬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나로 설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도 그 아이가 조용히 자신을 다독이고 있기를,

그 코치에게 따뜻한 휴식을 주기를,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었어요.

부산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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