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는 스스로 완성되어 간다"-게슈탈트심리치료
- cinogun
- 6월 16일
- 2분 분량
어제는 오랜만에 극장을 다녀왔어요..
지인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내와 함께 특별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지요.
상영관에 들어서자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관객은 저희 둘과 한분뿐이었어요.
커다란 상영관 한가운데,
딱 세 좌석만 불이 들어와 있었지요.
어쩌면 그 순간부터,
이 밤은 그냥 영화 감상이 아니라
우리들만의 작은 ‘사적인 예식’처럼 느껴졌어요
상영된 작품은 두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하나는 paranoid kid, 또 하나는 glasses라는 제목이예요
두 작품 모두 이번에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다고 들었어요.
세계 무대에 소개되었다는 소식은 분명 기쁘고 대단한 일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그런 외적인 성취보다는
작품이 품고 있는 ‘속 이야기’에 마음이 더 무겁게 끌렸어요.
상영관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어요.
관객도 없고, 중간의 웃음도,
숨죽이는 기척도 없는 그 시간.
오히려 그 적막이 저를 이야기 깊숙이 밀어 넣었고,
화면에 담긴 상징과 여백이 또렷하게 가슴에 와닿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 작품 paranoid kid는,
제목 그대로 어떤 아이의 불안한 내면을 그려낸 이야기였어요
말이 거의 없고, 연필의 색감이 차갑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런 침묵이 오히려 더 진하게 감정을 전달하더군요.
무언가를 끝내 말하지 못하는 한 아이의 모습에서,
저는 설명되지 않은 감정들
"긴장, 경계, 그리고 슬픔"을
제 안에서 하나하나 떠올릴 수 있었어요

이어진 glasses는 더 흐릿하고 상징적인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었어요.
작가는 말하지 않으려는 것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고,
그 여운 속에서 저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
결국은 저 자신의 모습까지 마주하게 되었어요.
지인의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되었어요.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업을 했을지,
얼마나 오래 어떤 감정을 품고 씨름했는지,
고요한 화면들이 말해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마음을 따라가던 중에 어느 순간,
저는 제 마음을 더 또렷하게 보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그건 이런 거울 같았습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그 안에 비치는 나를 보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순간, 저 안에서 어떤 문장이 조용히 떠올랐어요.
“유기체는 스스로 완성되어 간다.”
상담을 하며, 사람을 만나며,
제 마음을 마주할 때마다 종종 떠올렸던 말이예요.
그런데 어제는 그 문장이 새롭게 들렸습니다.
지인의 작품 속엔 두려움과 혼란, 외로움과 정서가 묘하게 얽혀 있었어요.
그 감정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스크린을 떠다니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진짜 같았어요.
그 정돈되지 않음 속에서 문득, 이렇게 들리더군요.
“전... 지금 그래도 잘 가고 있어요.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그 자체로 충분해요.”
그게 어쩌면 ‘안심’이었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삶은 제 나름의 방향으로,
고유한 속도로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는 믿음.
지친 어깨에 누군가 조용히 손 얹어주는 듯한 그 느낌 말이예요.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섰을 때,
저와 아내는 길게 걷지도 않았고,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조용한 공기와 나란히 걷는 그 시간이 참 좋았지요.
작은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어요.
아내와 나눈 말들도 영화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저녁.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고,
그 마주침이 고요하게 위로로 번지는 순간.
그게 예술이 주는 힘이고,
또 우리가 함께라는 것의 의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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