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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랑으로 살고 싶었던 그녀에게"-부산심리치료

4월 28일
3분 분량
부산심리치료

“엄마의 자랑으로 살고 싶어”

​

그녀는 굳은 인상으로 처음 상담실을 방문했어요.

표정은 단단했지만,

어딘가 오래 참아온 사람의 얼굴이었어요.

​

상담은 개인적으로 받아 본 적이 없지만

몇 년 전 독서 모임에서 처음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이후 삶이 달라졌다고 했어요.

그래서 상담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했어요.

​

하지만 이번 방문은 기대만으로 온 건 아니었어요.

사귀던 남친과 헤어졌고

그 사실은 그녀에게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졌다”라는 의미로 다가왔어요.

​

그 한 단어 안에는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오래된 열등감이 함께 담겨 있었어요.



사실 그녀는 정상적인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만나는 사람들은 늘 그녀보다 조금 더 낮은 위치에 있는,

그녀가 쉽게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대요.

 그래야 안전했다고 해요.

그래야 버려질 위험이 덜할 것 같았다고요.

​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몇 주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왜 늘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사랑 앞에서 경쟁 구도를 먼저 떠올리는지.

​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말끝에 자연스럽게 ‘엄마’가 등장했어요.

​

그녀의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

“특별하지 않으면 살 가치가 없다”

​

어릴 때 그녀는 그 말을 믿었어요.

공부도, 외모도, 모든 것을 관리했어요.

조금이라도 성적을 잘못 받아오면

혹독한 비난을 들었대요.

​

그녀에게 사랑은 조건부였고,

 인정은 성취 뒤에 따라오는 보상이었어요.

성인이 된 그녀는 그런 엄마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와 혼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이후 단 한 번도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어요.

​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엄마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녀 안에서 크게 울리고 있었어요.



​

이번 연애에서 그녀는 그로부터

 무시를 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어요.

사실 그녀는 그런 남자를 선택한 이유가 “이해받고 싶었다”고 해요.

​

제가 물었어요.

​

“당신은 어떤 사람이라서 이해받고 싶었던 건가요?”

​

그 질문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을 했어요.

​

“저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특이한 사람이예요”

​

그녀는 관계에서 많이 서툴렀고,

사람의 눈을 잘 보지 못했으며,

손톱을 피가 날 정도로 뜯는 습관이 있다고 했어요.

긴장이 쌓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했어요.

​

그리고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이 돋보이고,

타인들이 자신을 우러러보는 상상을 한대요.

무대 위에 서 있는 자신,

모두가 인정하는 자신을 떠올린대요.

​

“도파민 같은 거예요”

​

이 말을 하던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인정받는 상상으로 하루를 버티는 마음.

현실에서는 늘 평가받고,

 비교당하고,

지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마음.

​

그녀는 사실 ‘특별해지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라

 ‘안전해지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


우리의 대화는 점점 한 점을 향해 갔어요.

그녀를 이렇게 키운 그녀의 엄마에게로요.

​

그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엄마를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했어요.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이 뒤섞여 있었어요.



어느 날,

상담실에 놓인 작은 인형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어요.

​

“오늘 그 인형을 빌려주세요.

집에서 한번 시도해 볼께요”

​

그 인형을 엄마라고 상상해보고 말을 건네보는 작업이었어요.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안전한 공간에서라도 꺼내보는 시도였어요.

​

하지만 다음 주,

그녀는 시도하지 못한 모습으로 다시 방문했어요.

얼굴은 더 지쳐 있었고,

눈은 붉어 있었어요.

​

그 날 그녀는 가장 많은 눈물을 보였어요.

저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참 시리고 아팠어요.

​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

“당신의 눈물이 말을 한다면 당신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가요?"

​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

”난 널 응원하고 싶어.

 엄마에게 쌓인 것을 말 할 수 있어“

​

그 순간 저는 알았어요.

그녀 안에는 이미 엄마와 다른 목소리가 자라고 있다는 걸요.

​

 평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존재를 그대로 응원하는 목소리.

​

그녀는 강렬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엄마의 기준에서,

 ‘특별해야만 가치 있다’는 신념에서,

지고 이기는 관계의 프레임에서요.


​

어쩌면 그녀가 정말로 원했던 건 엄마의 자랑이 되는 삶이 아니라,

엄마의 기대에서 자유로운 삶이었겠죠.


우리는 자라면서 누군가의 자랑이 되기 위해 애쓰기도 해요.

그 사람이 부모라면 더더욱요.

​

하지만 상담실에서 저는 자주 보게 돼요.

누군가의 자랑으로 살고자 애쓰던 사람들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응원하는 법을 배우는 장면을요.


​

그 날,

그녀의 눈물은 패배의 눈물이 아니었어요.

그건 오랫동안 억눌린 마음이 처음으로 자기 편이 되어주는 순간 같았어요.

​

혹시 지금도 누군가의 기대를 등에 지고 살아가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어요.

​

내 안의 눈물은, 나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 목소리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난 널 응원하고 싶어”라고요.


부산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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