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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랑으로 살고 싶었던 그녀에게"-부산심리치료

부산심리치료

“엄마의 자랑으로 살고 싶어”

그녀는 굳은 인상으로 처음 상담실을 방문했어요.

표정은 단단했지만,

어딘가 오래 참아온 사람의 얼굴이었어요.

상담은 개인적으로 받아 본 적이 없지만

몇 년 전 독서 모임에서 처음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이후 삶이 달라졌다고 했어요.

그래서 상담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번 방문은 기대만으로 온 건 아니었어요.

사귀던 남친과 헤어졌고

그 사실은 그녀에게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졌다”라는 의미로 다가왔어요.

그 한 단어 안에는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오래된 열등감이 함께 담겨 있었어요.



사실 그녀는 정상적인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만나는 사람들은 늘 그녀보다 조금 더 낮은 위치에 있는,

그녀가 쉽게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대요.

 그래야 안전했다고 해요.

그래야 버려질 위험이 덜할 것 같았다고요.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몇 주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왜 늘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사랑 앞에서 경쟁 구도를 먼저 떠올리는지.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말끝에 자연스럽게 ‘엄마’가 등장했어요.

그녀의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특별하지 않으면 살 가치가 없다”

어릴 때 그녀는 그 말을 믿었어요.

공부도, 외모도, 모든 것을 관리했어요.

조금이라도 성적을 잘못 받아오면

혹독한 비난을 들었대요.

그녀에게 사랑은 조건부였고,

 인정은 성취 뒤에 따라오는 보상이었어요.

성인이 된 그녀는 그런 엄마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와 혼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이후 단 한 번도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어요.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엄마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녀 안에서 크게 울리고 있었어요.



이번 연애에서 그녀는 그로부터

 무시를 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어요.

사실 그녀는 그런 남자를 선택한 이유가 “이해받고 싶었다”고 해요.

제가 물었어요.

“당신은 어떤 사람이라서 이해받고 싶었던 건가요?”

그 질문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을 했어요.

“저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특이한 사람이예요”

그녀는 관계에서 많이 서툴렀고,

사람의 눈을 잘 보지 못했으며,

손톱을 피가 날 정도로 뜯는 습관이 있다고 했어요.

긴장이 쌓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이 돋보이고,

타인들이 자신을 우러러보는 상상을 한대요.

무대 위에 서 있는 자신,

모두가 인정하는 자신을 떠올린대요.

“도파민 같은 거예요”

이 말을 하던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인정받는 상상으로 하루를 버티는 마음.

현실에서는 늘 평가받고,

 비교당하고,

지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마음.

그녀는 사실 ‘특별해지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라

 ‘안전해지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우리의 대화는 점점 한 점을 향해 갔어요.

그녀를 이렇게 키운 그녀의 엄마에게로요.

그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엄마를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했어요.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이 뒤섞여 있었어요.



어느 날,

상담실에 놓인 작은 인형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어요.

“오늘 그 인형을 빌려주세요.

집에서 한번 시도해 볼께요”

그 인형을 엄마라고 상상해보고 말을 건네보는 작업이었어요.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안전한 공간에서라도 꺼내보는 시도였어요.

하지만 다음 주,

그녀는 시도하지 못한 모습으로 다시 방문했어요.

얼굴은 더 지쳐 있었고,

눈은 붉어 있었어요.

그 날 그녀는 가장 많은 눈물을 보였어요.

저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참 시리고 아팠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당신의 눈물이 말을 한다면 당신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가요?"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난 널 응원하고 싶어.

 엄마에게 쌓인 것을 말 할 수 있어“

그 순간 저는 알았어요.

그녀 안에는 이미 엄마와 다른 목소리가 자라고 있다는 걸요.

 평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존재를 그대로 응원하는 목소리.

그녀는 강렬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엄마의 기준에서,

 ‘특별해야만 가치 있다’는 신념에서,

지고 이기는 관계의 프레임에서요.


어쩌면 그녀가 정말로 원했던 건 엄마의 자랑이 되는 삶이 아니라,

엄마의 기대에서 자유로운 삶이었겠죠.


우리는 자라면서 누군가의 자랑이 되기 위해 애쓰기도 해요.

그 사람이 부모라면 더더욱요.

하지만 상담실에서 저는 자주 보게 돼요.

누군가의 자랑으로 살고자 애쓰던 사람들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응원하는 법을 배우는 장면을요.


그 날,

그녀의 눈물은 패배의 눈물이 아니었어요.

그건 오랫동안 억눌린 마음이 처음으로 자기 편이 되어주는 순간 같았어요.

혹시 지금도 누군가의 기대를 등에 지고 살아가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어요.

내 안의 눈물은, 나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 목소리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난 널 응원하고 싶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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