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한 명의 어른이었어요"-부산심리치료
- cinogun
- 2월 11일
- 3분 분량

최근에 제 글을 돌아보면
유독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상담을 하다 보면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온 분들을 자주 만나요.
가정폭력, 정서적 결핍, 관계의 깨어짐 속에서 성장했던 분들이죠.
이 말은 과거가 지나간 과거로 끝나지 않고
지금의 삶과 관계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분들은 종종 이렇게 말해요.
부부생활이 어렵다고요.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자녀에게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어떤 말이, 어떤 태도가 아이를 살리는 건지 알 수 없어
매번 흔들린다고 해요.
관계의 깨어짐을 경험했던 분들은
연인 관계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심지어 직장 안에서도
사람 자체가 두려워질 수 있어요.
저 역시 젊은 시절
그와 비슷한 두려움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사람이 좋으면서도 가까워지는 건 무서웠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졌죠.
심리를 공부하게 된 계기도
어쩌면 그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어요.
왜 나는 이렇게 사람 앞에서 불안해지는지,
왜 관계 앞에서 자꾸 도망치고 싶은지
이해하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자유로워지고 싶었거든요.
처음 (부산심리치료) 상담 예약을 할 때
아주 급하게 연락을 주신 분이 있었어요.
“가능하면 두 시간 상담을 받고 싶어요.”
그녀는 미혼이었고,
10년 이상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겉으로 보면 꽤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상담실에 앉자마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요.
“최근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어요.
그런데… 제가 이해가 안 돼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자친구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성실했고, 다정했고,
그녀가 말해온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었죠.
그런데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이것이 반복되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고 포기도 되지 않아요.”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어요.
그녀는 열 살도 되기 전에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했다고 했어요.
몇 년은 아빠와,
몇 년은 엄마와 지내며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랐다고요.
그녀에게는 좋은 친구들도 있었어요.
늘 곁에서 지지해주고,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들이었죠.
그런데 그녀는 그 관계조차 편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저는 그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아마 그들은 속으로 화가 났지만
제 앞에서는 참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왜 그렇게 느꼈을까.’
며칠 뒤 그녀는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어요.
동료들과 관계는 좋은데
오히려 불편하다고 해요.
“너무 편하게 대해요.”
“조심하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해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어요.
“저는 사람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가까워지면 어떤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어렵게 입을 열었어요.
“내 속이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그들이 나를 비정상으로 볼 것 같아요.”
.....
“비정상이라는 건 어떤 거예요?”
그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요.
어릴 때부터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자신도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고요.
우리는 그 지점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 안에 아주 익숙한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늘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당신 안에는
비난을 하는 자와
비난을 듣는 자
이렇게 두 명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녀의 머릿속에는 늘 이런 목소리가 있었대요.
“일 잘해야 해.”
“자기관리 해야지.”
“공부해야 해.”
“뒤처지면 안 돼.”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제 마음에 이런 느낌이 올라왔어요.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 같구나.’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그 목소리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자주 하는 말처럼 들려요.”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어요.
그녀는 그런 부모를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기대어 울 수 있는 어른도,
방향을 함께 고민해 줄 어른도 없이
아주 이른 나이부터
혼자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야 했던 사람이었어요.
아마도 그녀는
그때 그런 어른이
정말 필요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 순간
저는 제 마음에서 올라오는 말을 그대로 전했어요.
“제가 …님의 어른이 되어 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눈이
조용히 흔들렸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걸 잘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곁에서
조금 천천히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릴 적 충분한 보호와 지지를 받지 못한 마음은
지금도 관계 앞에서 떨고 있을 수 있어요.
그건 이상해서도, 부족해서도 아니라
그만큼 오래 혼자 버텨왔다는 증거일지도 ...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시점에
한 명의 어른이 필요할 수 있어요.
조언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하지 않고 곁에 머물러 주는 어른.
그런 만남이
조금씩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부산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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