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강 건너편에서-게슈탈트심리치료
- cinogun
- 5월 1일
- 3분 분량
그녀는 슬픔의 강 건너편에 웅크리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축 늘어진 어깨와 움츠린 몸짓이
어쩐지 강 너머까지 느껴질 만큼 짙은 외로움을 품고 있었다.
"왜 다가가지 않아?"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건널 수 없어요."
그리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겨우 토해내듯 말했다.
"그 애가 보는 시선이 느껴지지 않아요."
나는 그 순간,
그녀가 슬픔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것이
단지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또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기대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을
스스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에게 아주 오래 전 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조그만 새싹이 대지 위로 얼굴을 내밀 때,
우리는 그것이 마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실은 그 새싹은 보이지 않는 땅 속 깊은 곳까지,
쉼 없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그저 위로 뻗어 오르는 것만이 성장인 줄 알지만,
그보다 더 필사적으로,
더 치열하게 보이지 않는 땅속을 파고드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슬픔의 강 건너편에 웅크리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춰 선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조급해하기도 한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거야?"
"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거지?"
자신을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멈춰 선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
우리 안에서는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새싹이 땅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뿌리를 내리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영혼은,
서서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은 서두를 때가 아니야."
"네가 뿌리를 내리는 시간을 존중해줘야 해."
"언젠가 반드시, 자연스럽게 강을 건널 힘이 생길 거야."
그녀는 여전히 슬픔 속에 있었지만,
그 말에 조금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채,
강 저편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속도를 믿기로 했다.
그녀가 자신의 힘으로 건너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삶에는 건너야 할 강이 많다"
그 강들은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
'상실', '배신', '외로움', '두려움', '자책'...
어떤 강은 얕아 보이지만
막상 발을 들이면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빨아들인다.
어떤 강은 잔잔해 보이지만 바닥은 미끄럽고,
넘어지기 쉬운 함정을 품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이 강들을 쉽게 건너는 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누군가는 다리 하나 없이 강을 뛰어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초조해진다.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
"나는 왜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을까?"
하지만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시간을 가진다.
어떤 씨앗은 비바람 속에서도 빠르게 움트지만,
어떤 씨앗은 긴 겨울을 통과해야 비로소 조심스럽게 싹을 틔운다.
그것은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직 자신만이 아는 시간,
자신만이 감당해야 할 과정이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강 앞에 멈춰 있다.
나는 이제 안다.
그녀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려움 속에서도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용기,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려 애쓰는 인내,
이 모든 것이 이미 깊은 뿌리내림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블로그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혹시 당신도 슬픔의 강 건너편에 서 있다면,
조급해하지 말아달라고.
지금 당신 안에서도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당신은 결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을 건너는 것은 때로 우리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너지 못한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슬픔 속에서 울고 있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것은 삶의 아주 중요한 한 장면이다.
그 장면을 통과한 사람만이,
더 깊은 강도 건널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나는 오늘, 강 저편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리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다짐해본다.
"멈춤을 사랑하자.
흔들림을 존중하자.
그리고 뿌리내림을 믿자."

언젠가,
당신도 나도,
아무도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힘으로
그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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