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보이면 안 되는 아이”-게슈탈트 심리치료
- cinogun
- 8월 1일
- 2분 분량

“혼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하며 상담실 문을 열었어요.
누군가 곁에 꼭 있어야 할 것만 같다고,
혼자 하는 공부도, 혼자 있는 방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고 했어요.
그 말 안에는 오래 참고 견뎌온 마음이 조용히 울고 있었어요.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자기 안에 있는 마음을 꺼내 보이는 건
여전히 어렵다고 했어요.
“슬픔을 보이면, 약한 사람 같잖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오래된 두려움이 서 있었어요.
“슬픔을 보이면 안 돼요.”
그녀는 대화 중에도 여러 번 이 말을 반복했어요.
이 말은 그냥 습관처럼 튀어나온 게 아니었어요.
어릴 적부터 배워온 삶의 규칙 같았어요.
“어릴 때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셨어요.
내가 슬퍼하면, 엄마는 더 슬퍼질 것 같았거든요.”
그녀는 장녀였고,
그래서 언제나 단단해야 했고
마음이 무너질 때도 허락되지 않았어요.
그녀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 했어요.
눈물도 꾹 참아야 했고,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덩치가 커질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졌지만
그 마음을 꺼내어 보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더 조심스러웠어요.
그녀의 마음 가까이에 가는 게,
그 마음을 쉽게 건드리는 게
오히려 벽이 될까 봐서요.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말했어요.
“혼자 있었던 적은 없어요.”
그 말이 오히려 나를 더 멈춰 세웠어요.
그녀는 외롭다고 말했는데,
한 번도 혼자 있지 않았다고 하니
그 말이 참 이상하게 다가왔어요.
그러다 우리는 그녀의 어린 시절로 내려가게 되었어요.
아빠의 부재, 엄마의 눈물,
어린 그녀가 해야 했던 보호자의 역할.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그녀는
연인이 생겼을 때
처음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경험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마저도 끝이 있었고
이별의 아픔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요.
그녀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했고,
그 욕구는 스스로에게조차 허락되지 않았어요.
그때 나는 말했어요.
“당신은 울타리가 필요하셨던 거 같아요.”
그 말이 닿자
그녀는 잠시 숨을 멈추듯 고요해졌고
곧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누구 앞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었어요.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울다 말했어요.
“그런 내가… 안쓰러워요.”
그 말에서 나는
그녀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키기만 했던 아이,
울고 싶었지만 울지 못했던 아이,
그 아이를 그녀가 조금씩 껴안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오늘 그녀는
누군가 앞에서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그녀에게 그 순간은 낯설고 어쩌면 불편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믿어요. 그 순간이 오히려
그녀 자신을 향한 가장 깊은 배려였다는 걸.
다음에도 그녀가 다시 상담실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나는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
그녀가 자기 마음에 더 다정해지기를,
그리고 이제는 슬픔을 감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씩 느끼게 되기를.
게슈탈트 심리치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