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검색

"선생님은 언제 성장했다고 느껴요?"- 부산심리치료

지난 토요일, 아는 선생님의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요즘 흔히 말하는 스몰웨딩이라고 하셨지만,

내 눈엔 전혀 작지 않았어요.

바람이 맑고,

하늘이 투명하게 열려 있던 날.

초대된 이들 하나하나가

그 두 사람을 위해 온 마음을 모은 듯했고,

그 모든 시간이 오롯이 그들을 위한 축복 같았어요.


결혼식이 한창일 때,

나와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 둘이

조용히 빠져나와 근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렀어요.

햇살이 부드럽게 머물고,

커피향이 잔잔하게 퍼지는 공간.

우린 그곳에서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죠.

이야기 중 문득,

내 안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가 올라왔어요.

조심스레 이렇게 물었죠.

“선생님들은 언제 자신이 성장한 걸 알게 되셨어요?”

한 선생님이 조용히 말문을 열었어요.

“나는… 이혼하고 나서.”

그 말에 나는 적잖이 놀랐어요.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었거든요.

그분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어요.


“그전까지는 사랑을 받는 쪽이었어.

근데 이번엔… 많이 아팠어.

그 아픔 안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감정을 겪었고,

그런 감정과 나를 들여다보게 됐거든.

그게 나를 좀…

다르게 만든 것 같아.”

나는 조용히 다시 물었어요.

“아프셨다고 들리는데…

어째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셨어요?”


선생님은 잠시 웃기만 하셨어요.

그 웃음 안엔 말로 다 하지 못한 시간들과

말로 대신하지 않아도 되는 이해가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부터 계속 마음에 맴돌았어요.


‘성장’이라는 말이 꼭 밝고 빛나는 순간에만 어울리는 단어일까?

그렇지 않다는 걸,

어쩌면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흔히 성장이라고 하면 어떤 능력이 늘었거나,

성취가 있었거나,

사람들 앞에 내세울 만한 변화가 생겼을 때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때로는,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밤을 지나고,

자꾸만 무너지는 마음을 안고 일어나며,

고요하게 흘리는 눈물 속에서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던 감정을 지나며

사람은 조금씩, 정말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요.


그건 어쩌면 누군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변화이고,

예전 같으면 도망쳤을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용기이고,

내가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채는 능력일지도 몰라요.


그런 점에서 그 선생님의 ‘성장’이라는 말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누구보다 조용한 고백이었던 것 같아요.

성장이란 건 삶의 고비에서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걸지도요.

빛나지 않아도 괜찮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은—

오직 나만이 알아주는 조용한 ‘변화’ 말이에요.


그래서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봅니다.

“나는 언제 성장했다고 느꼈을까?”

아직 선명한 대답은 없지만,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도

조금은 자라고 있는 중이겠지요




부산심리치료

 
 
 

댓글


© 2035 by DR. Elise Jones Powered and secured by Wix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