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존재가 닿는 순간"-게슈탈트 심리치료
- cinogun
- 8월 1일
- 2분 분량
며칠 전, 사무실에서 함께 지냈던 피래미와 참붕어를 냇가에 풀어주었어요.
1년 가까이 키워온 아이들이었지요.
사무실 근처 개천 공사가 거의 끝난 듯 보여서,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가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풀어주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더라고요.
그 후로 저는 하루에 한 번씩 그 냇가를 찾아가게 되었어요.
잘 지내고 있을까, 물살은 괜찮을까.
아무 말도 못하는 생명들이지만,
괜히 눈으로 찾게 되고, 마음으로 묻게 되어요.
그러다 며칠 전부터 다시 공사가 시작됐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걱정이 밀려왔어요. 괜찮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사 관계자에게 조심스레 물어보기도 했어요.
언제 끝날 예정인지, 얼마나 영향을 줄 것 같은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마음이 더 애틋하더라고요.
어제는 아내와 함께 다대포 해수욕장에 다녀왔어요.
노을이 아름다워서 늘 한번씩 찾는 곳이죠.
바다는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하늘과 물이 맞닿은 경계가 노란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어요.
노을은 매번 보아도 새롭고, 그 안에서 마음은 고요해져요.
노을이 저물 무렵, 근처 카페에 들렀어요.
아내는 책을 읽고, 저는 그림을 그렸어요.
스레드에 올리는 그림이 아니고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보려고 했어요.
붓을 들고 천천히 선을 그려가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제가 매일 냇가를 찾고, 물고기들이 잘 있는지 바라보는 그 마음,
어쩌면 상담실에서 제가 내담자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아 있다는..
게슈탈트 심리치료에서는 ‘접촉(contact)’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요.
단순한 대화나 이해가 아니라,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그 순간을 의미해요!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는 종종 그런 ‘접촉’의 순간들을 경험하곤 해요.
내담자가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내보일 때,
나는 그 마음을 최대한 맑고 따뜻하게 맞이하려고 해요.
그 순간이 저는 물고기들을 놓아주고
매일 바라보던 그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거든요.
내담자를 향한 애틋함, 조심스러운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결국 우리가 상담실에서 시도하는
모든 대화와 침묵, 시선과 기다림은
서로를 만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아닐까요?
저는 종종 유기체가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순간을 생각해봐요.
그것은 누군가와 끊어지는 단절의 순간이예요.
관계가 끊어지고, 연결이 멀어졌을 때,
우리는 아픔을 느껴요!
그 아픔을 껴안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그 마음 앞에서 저는 늘 조심스럽고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만남’이라는 말이 더 깊게 다가와요.
매일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또 떠나보내게 되죠.
때로는 아주 짧은 접촉이지만,진정한 만남을 하게 된다면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오래 기억에 남게 되어요
저는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내담자들을 만날거예요.
그들이 언젠가 스스로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날 풀어준 물고기들이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지만,
저의 마음은 여전히 그 냇가에 가 있어요.
마치 상담이 끝난 뒤에도 그 사람의 삶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는 것처럼요.
게슈탈트 심리치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