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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실타래, 그리고 의자"-부산심리치료


부산심리치료

지난주, 조금은 특별한 자리에 다녀왔어요.

“지금 여기 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열린 게슈탈트 집단미술치료였는데,

지인의 초대로 함께하게 되었죠.

 저를 포함해 여섯 명이 모였는데,

 오랜만에 상담자가 아닌 그저 한 ‘참석자’로

낯선 분들과 함께하는 자리라 살짝 두근거림도 있었어요.

상담실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치료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 마음이 묘하게 가벼워지더라고요.


조금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는 신체 알아차리기로 시간을 열었어요.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

 내 몸이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내 욕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느껴보는 시간이었죠.

놀랍게도 제 몸은 마치 저를 따뜻하게 맞이하듯 반겨주고 있었어요.

 “괜찮아, 잘 왔어”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았어요.


첫 번째 작업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과

 ‘불편하다고 느끼는 곳’을 그리는 거였어요.

안전한 곳을 떠올리자마자

제 마음속에 가장 먼저 스친 건 바다였어요.

 매주 낚시를 다니는 부산의 바다.

저는 늘 밤낚시를 하러 가는데,

 갈 때마다 마주하는 노을이 참 특별해요.

해가 바다에 스며드는 그 순간마다 풍경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거든요.

그때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남기는데,

아무리 많이 찍어도 늘 새롭고 늘 감탄하게 돼요.

제겐 그 바다가 ‘안전함’의 상징이었어요.

부산심리치료

반대로 ‘불편한 곳’을 그리라는 말에 한동안 머뭇거렸어요.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가,

갑자기 번뜩 떠오른 곳이 있었어요.

 바로 “내 머리 속”이었죠.

 네 가지 색으로 그냥 떠오르는 대로 그려보았는데,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보니 그건 ‘실타래’였어요.

"실타래"

그 단어는 제게 참 많은 걸 담고 있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들, 폭력과 핏자국, 술 냄새와 방치.

서로 얽히고설켜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제 안에 남아 있던 기억들이에요.

그 속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가득했고,

그 미움은 결국 저 자신을 향해 뭉쳐 있었죠.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그 오래된 기억들이 불쑥 떠올라 잠시 놀랐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금세 누그러졌어요.

왜냐하면 제 눈앞의 실타래는 예전만큼 단단히 뭉쳐 있지 않았거든요.

 “아, 나도 모르게 여정을 걸으며 조금은 풀어냈구나.” 

그렇게 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점심을 먹고 난 뒤 이어진 작업은

 ‘어린 시절 내 집 안의 가구를 그리기’였어요.

 저는 망설임 없이 어머니의 의자를 그렸어요.

철재로 만들어졌고, 조금 화려하면서도 낡은 의자.

파킨슨 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셨던 어머니가

혼자 욕실에서 몸을 씻으실 때 사용하던 의자였어요.

그 의자 위에는 제 어린 날의 기억과 어머니의 무게가 함께 앉아 있었죠.

그때 깨달았어요.

 아마 저는 10년 가까이 어머니 곁에서,

아들로서 ‘의자가 되려고’ 애써왔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기댈 수 있도록, 앉아 쉴 수 있도록,

 그저 받쳐주는 의자가 되고 싶었던 거죠.


부산심리치료

그리고 지금은 그 자리를 아내에게 이어주고 싶어요.

제 아내는 오래전부터 피아노를 치고 싶어 했어요.

 저는 아내가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되고 싶어요.

그 마음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고요

게슈탈트 집단 미술치료라는 시간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림을 매개로, ‘지금 여기’의 나를 만나고,

오래 묵혀 두었던 기억을 마주하고,

동시에 앞으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이었죠.

‘안전한 바다’, ‘얽힌 실타래’, 그리고 ‘의자’.

세 가지 그림 속에서 저는 제 삶의 여정을 다시금 확인했어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매듭이 있지만,

그것마저도 천천히 풀려가는 과정에 있다는 걸 믿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누군가의 ‘의자’가 된다는 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내 삶이 더 깊어지는 또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요.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 집단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따뜻했어요.

마음속에 작은 바람이 불어와서인지,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어요.

아마도 저는 지금, 여기서,

조금씩 더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산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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