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나를 안아줄 용기”-부산심리치료
- cinogun
- 9월 7일
- 2분 분량

그녀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제 앞에 앉았어요.
“먹토를 해요.”
그 한마디가 공기 속에 맴돌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고 화사했지요.
그 모습이 오히려 제 마음을 멈칫하게 했어요.
마치 괜찮다고 말하려 애쓰는 얼굴 같았거든요.
아빠와의 내기 이후,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해요.
스스로 대견했고, 그 성취감이 기쁘기도 했대요.
하지만 다시 찾아온 요요.
운동을 좋아하던 그녀였지만 혼자 있을 땐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했어요.
“모든 영역에서 불안해요.”
그녀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어요.
끊임없이 밀려드는 생각들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종종 있었다고 해요.
잠을 청하다 도저히 안 될 때는 일어나 일기를 쓰곤 했대요.
그렇게 글로 정리하다 보면 머릿속이 조금은 가라앉고,
안심이 되었다고 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우리 대화의 초점은 ‘맞서고 있다’는 표현으로 옮겨갔어요.
두려움 앞에서 그녀는 늘 맞서고 있다고 했어요.
제가 물었어요.
“왜 꼭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녀는 잠시 제 눈을 보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주위에 저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녀의 말은 단순한 대답이 아니었어요.
부모님의 잦은 갈등 속에서 자라난 그녀는
결국 부모의 이혼까지 목격하게 되었지요.
그 시간 동안, 첫째딸이라는 이름으로 버텨야 했었어요.
누군가 자신을 보호해주기보다는,
스스로 울타리가 되어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녀의 삶 속엔 늘 “극복해야 한다”는 말이 습관처럼 자리 잡았나 봐요.
제가 다시 물었어요.
“지켜야 하는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서 그래요?”
그녀는 한순간 멈칫했어요.
그리고 아주 짧은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어요.
“…나약한 사람.”
그 말이 그녀 입에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편함과 두려움이 있었을까요.
말과 동시에 잠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어요.
하지만 그 대답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어요.
우리는 그때부터 그녀 안의 두 존재와 대화를 했어요.
‘나약한 자신’과, 늘 ‘극복해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또 다른 자신.
그 둘이 마주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때,
그녀는 조금씩 자신과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흘러,
그녀는 마침내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서 있었어요.
외롭고 두렵지만 그럼에도 진실한 모습.
가식 없이 드러난 그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요.
마치 오랜 세월 숨어 있던 아이가 세상 밖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듯했어요.
우리는 종종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요.
누군가 나를 대신 보호해주지 못했기에,
스스로 강해지려 애쓰는 거지요.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두려움과 외로움을 품은 ‘진짜 나’가 있어요.
그녀가 용기 내어 그 아이와 마주했을 때처럼요
진짜 나와의 만남은,
회피나 극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오늘도 그 장면이 제 마음에 오래 여운으로 남았네요.
"부산심리치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