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심리상담 | "감정을 잊으려는 사람들, 왜 자꾸 멍해질까?"
이 글은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잊으려 애쓰는 마음, 그리고 우리 안의 안전한 공간"
몇 달 전부터 어깨가 좋지 않았어요.
왼쪽 어깨인데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고,
억지로 올리려고 하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고함이 나올 정도였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
모처럼 시간이 나서 근처에서 잘한다는 병원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병원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대기시간도 꽤 길었어요.
결국 내일 아침으로 예약을 하고 나오려는데
프론트에 계시는 분이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주차 등록 도와드릴게요. 차량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정말 친절하셨어요.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제 차 번호가 떠오르지 않더군요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분명 매일 타고 다니는 차인데,
숫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당황한 저는 황급히 휴대폰을 열어 사진첩을 뒤졌어요.
예전에 차 사진을 찍어둔 기억이 났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사진 정리를 했던 것 같았어요.
결국 번호를 말씀드리지 못한 채 얼굴만 빨개져서 병원을 나왔어요.
밖으로 나오는데 마음이 이상했어요.
단순히 깜빡한 것 이상의 당황스러움이 밀려왔어요.
생각해보면 몇 년 전부터
이런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어요.
출퇴근 후 주차장에 서서 한참 동안
내 차가 어디 있는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었고,
어느 날에는 집 비밀번호가 순간적으로 기억나지 않아
멍하니 문 앞에 서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 순간마다 저는 늘 스스로를 다그쳤어요.
“왜 이러지?”
“내가 너무 피곤한가?”
“집중력이 떨어진 건가?”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몇 주 전부터 부부상담으로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부산심리상담)를 방문하는 부부가 있어요.
두 번째 상담에서 아내분이 조용히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잊으려고 해요.
남편과 싸운 기억들을 애써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야 마음이 편해져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다시 말했어요.
“감정이 올라오면 생각으로 전환하려고 애썼어요.
그랬더니 감정의 동요가 많이 줄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제 마음이 오래 붙들렸어요.
마치 아주 오래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저의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괴물 같던 아버지의 폭력을 보며 살았던 시간들.
어린 누나 둘과 저는 늘 두려움 속에 있었어요.
집 안의 공기는 언제나 긴장으로 가득했고,
우리는 아버지의 발소리만 들어도 몸이 얼어붙곤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내더라고요.
누나는 책 속으로 숨었고,
또 다른 누나는 친구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렸어요.
그리고 저는 혼자만의 상상을 하거나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아마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야 무서움을 조금 덜 느낄 수 있었고,
슬픔을 잠시 잊을 수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그것은 어린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몰라요.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 상담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너무 힘든 감정을 오래 견디기 어려울 때,
자연스럽게 감정으로부터 멀어지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요.
"잊으려고 하고,
생각으로 바꾸고,
다른 곳에 집중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멍해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것"
그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나는 안전하고 싶어요”라는
마음의 언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남편의 감정은 무시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대화를 하다 관심 없는 주제가 나오거나
말이 느리면 자연스럽게 폰을 집어드는
저를 이해할 수 없어요”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당신은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셨던 걸까요?”
사실 아직 우리는 그 공간이 왜 필요한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 말이 그녀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닿는 느낌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종종 감정을 피하려는 자신을 나약하다고 생각해요.
왜 나는 집중하지 못할까,
왜 자꾸 딴생각을 할까,
왜 기억하지 못할까 하며 자신을 탓하기도 해요.
그런데 때로는 그것이 게으름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몸에 밴 생존 방식일 수도 있어요.
너무 어린 시절,
너무 혼자였던 시간,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았던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방식을 배웠던 거예요.
"감정을 끊어내는 법.
잊는 법.
생각으로 도망가는 법.
멍해지는 법."
그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해요.
내가 자꾸 뭔가를 잊는 것도,
감정을 바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가끔 멍해지는 것도,
어쩌면 내 마음이 오래전부터
너무 열심히 나를 보호해왔기 때문일 수 있다고요.
물론 그 방식이 지금의 관계에서는 오해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과의 연결을 어렵게 만들기도 해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먼저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가 아니라
“나는 무엇으로부터 나를 지키려 했던 걸까?”를요.
그 질문 앞에 서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부드러워져요.
오늘 병원을 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차 번호를 잊어버린 제 자신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오래 버텨온 사람 같기도 했어요.
아마 우리 안에는 모두 하나씩의 안전한 공간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침묵 속으로 숨고,
누군가는 생각 속으로 숨고,
누군가는 휴대폰 속으로 숨고,
누군가는 바쁜 일상 속으로 숨어요.
그 공간은 때로 우리를 세상과 멀어지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무너져버리지 않게 붙잡아준 장소이기도 했겠죠.
그러니 오늘은
자꾸 잊는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쩌면 나의 마음도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었는지 모르니까요.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에서는 이런 마음들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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