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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심리상담 | "감정을 잊으려는 사람들, 왜 자꾸 멍해질까?"

9월 5일
3분 분량

이 글은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부산심리상담

"잊으려 애쓰는 마음, 그리고 우리 안의 안전한 공간"

​

몇 달 전부터 어깨가 좋지 않았어요.

왼쪽 어깨인데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고,

억지로 올리려고 하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고함이 나올 정도였어요.

​

그래서 오늘 아침,

모처럼 시간이 나서 근처에서 잘한다는 병원을 찾아갔어요.

​

그런데 병원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대기시간도 꽤 길었어요.

결국 내일 아침으로 예약을 하고 나오려는데

프론트에 계시는 분이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

“주차 등록 도와드릴게요. 차량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

정말 친절하셨어요.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제 차 번호가 떠오르지 않더군요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

분명 매일 타고 다니는 차인데,

숫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

당황한 저는 황급히 휴대폰을 열어 사진첩을 뒤졌어요.

예전에 차 사진을 찍어둔 기억이 났거든요.

​

그런데 며칠 전 사진 정리를 했던 것 같았어요.

결국 번호를 말씀드리지 못한 채 얼굴만 빨개져서 병원을 나왔어요.

밖으로 나오는데 마음이 이상했어요.

단순히 깜빡한 것 이상의 당황스러움이 밀려왔어요.

​


생각해보면 몇 년 전부터

이런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어요.

출퇴근 후 주차장에 서서 한참 동안

 내 차가 어디 있는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었고,

어느 날에는 집 비밀번호가 순간적으로 기억나지 않아

 멍하니 문 앞에 서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

그런 순간마다 저는 늘 스스로를 다그쳤어요.

​

“왜 이러지?”

“내가 너무 피곤한가?”

“집중력이 떨어진 건가?”

​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몇 주 전부터 부부상담으로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부산심리상담)를 방문하는 부부가 있어요.

두 번째 상담에서 아내분이 조용히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

“잊으려고 해요.

 남편과 싸운 기억들을 애써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야 마음이 편해져요”

​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다시 말했어요.

​

“감정이 올라오면 생각으로 전환하려고 애썼어요.

그랬더니 감정의 동요가 많이 줄었어요”

​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제 마음이 오래 붙들렸어요.

마치 아주 오래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저의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괴물 같던 아버지의 폭력을 보며 살았던 시간들.

​

어린 누나 둘과 저는 늘 두려움 속에 있었어요.

​

집 안의 공기는 언제나 긴장으로 가득했고,

우리는 아버지의 발소리만 들어도 몸이 얼어붙곤 했어요.

​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내더라고요.

누나는 책 속으로 숨었고,

또 다른 누나는 친구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렸어요.

 그리고 저는 혼자만의 상상을 하거나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

아마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래야 무서움을 조금 덜 느낄 수 있었고,

슬픔을 잠시 잊을 수 있었으니까요.

​

어쩌면 그것은 어린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몰라요.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 상담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사람은 너무 힘든 감정을 오래 견디기 어려울 때,

 자연스럽게 감정으로부터 멀어지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요.

​

"잊으려고 하고,

생각으로 바꾸고,

다른 곳에 집중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멍해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것"

​

그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나는 안전하고 싶어요”라는

 마음의 언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녀는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

“남편의 감정은 무시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대화를 하다 관심 없는 주제가 나오거나

말이 느리면 자연스럽게 폰을 집어드는

저를 이해할 수 없어요”

​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

“당신은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셨던 걸까요?”

​

사실 아직 우리는 그 공간이 왜 필요한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

하지만 그 말이 그녀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닿는 느낌이 있었어요.

​

사람들은 종종 감정을 피하려는 자신을 나약하다고 생각해요.

​

왜 나는 집중하지 못할까,

왜 자꾸 딴생각을 할까,

왜 기억하지 못할까 하며 자신을 탓하기도 해요.

​

그런데 때로는 그것이 게으름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몸에 밴 생존 방식일 수도 있어요.

​

너무 어린 시절,

너무 혼자였던 시간,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았던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방식을 배웠던 거예요.

​

"감정을 끊어내는 법.

잊는 법.

생각으로 도망가는 법.

멍해지는 법."

​

그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해요.

​

내가 자꾸 뭔가를 잊는 것도,

감정을 바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가끔 멍해지는 것도,

​

어쩌면 내 마음이 오래전부터

너무 열심히 나를 보호해왔기 때문일 수 있다고요.

​

물론 그 방식이 지금의 관계에서는 오해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과의 연결을 어렵게 만들기도 해요.

​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먼저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가 아니라

“나는 무엇으로부터 나를 지키려 했던 걸까?”를요.

​

그 질문 앞에 서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부드러워져요.

​



오늘 병원을 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차 번호를 잊어버린 제 자신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오래 버텨온 사람 같기도 했어요.

​

아마 우리 안에는 모두 하나씩의 안전한 공간이 있는 것 같아요.

​

누군가는 침묵 속으로 숨고,

누군가는 생각 속으로 숨고,

누군가는 휴대폰 속으로 숨고,

누군가는 바쁜 일상 속으로 숨어요.

​

그 공간은 때로 우리를 세상과 멀어지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무너져버리지 않게 붙잡아준 장소이기도 했겠죠.

​

그러니 오늘은

자꾸 잊는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

어쩌면 나의 마음도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었는지 모르니까요.

​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에서는 이런 마음들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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