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심리상담 I "헤어짐이 힘든 이유, 저는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 cinogun
- 4일 전
- 3분 분량

지난주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에서 집단상담을 진행했어요.
다행히 해운대, 장산역 근처에서 장소를 구했어요.
주말 이틀 동안 함께 만나고, 접촉하고,
서로를 경험하는 시간이었어요.
매년 한 번씩 진행해 오던 집단상담이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마음이 많이 움직였어요.
그래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한 번 더
진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슈탈트 집단 안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평소에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고,
늘 참고 살아왔던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어요.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크게 웃었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 역시 여러 번 울컥했어요.
그리고 또 여러 번 웃었어요.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저에게 (부산게슈탈트) 집단상담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상담을 처음 공부하던 시절부터
저는 오랫동안 집단상담에 참여했어요.
매주 같은 시간에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웃고, 울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어요.
그 안에서 저는 처음 경험하는 것들을 많이 만났어요.
누군가에게 소속된다는 느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경험.
그리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그것은 제가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참 좋은 기억들이예요.
그런데 (부산게슈탈트) 집단이 끝나는 날이면 늘 마음이 이상했어요.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않았어요.
집단이 끝나면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저는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댔어요.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그렇게 서둘러 자리를 떠났어요.
작별 인사를 길게 하지 않았고,
헤어지는 순간을 제대로 마주하지도 않았어요.
그 당시에는 왜 그런지 몰랐어요.
오히려 담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비로소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내가 헤어짐을 경험하는 것이 힘든 사람이었구나."
그 사실을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좋아서 떠난 것이 아니었어요.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어요.
정이 들었고,
가까워졌고,
소중했기 때문에 헤어짐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작별의 순간을 피하려 했던 것 같아요.
상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고 싶어서요.
이번 집단 안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어요.
몇몇 집단원들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어요.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더 친해지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동시에 망설였어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이 함께 있었거든요.
혹시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혹시 내가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혹시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 마음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안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흔히 사람을 좋아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정말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하거든요.
왜냐하면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거절당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관계 안에서
비슷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도 몰라요.
가까워지고 싶지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연결되고 싶지만 거절은 두려운 마음.
그래서 한 발 다가갔다가도 다시 물러서고,
마음을 열었다가도 다시 닫곤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부산게슈탈트(부산심리상담)집단에서 저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어요.
두려움이 사라져서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두려움이 있어도 조금씩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요.
어색해도 이야기할 수 있고,
망설여도 손을 내밀 수 있고,
거절당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요.
집단이 끝나갈 무렵,
사람들의 표정은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조금 더 편안해 보였고,
조금 더 따뜻해 보였고,
조금 더 서로를 향해 열려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저 역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관계는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것도 관계인데,
결국 우리를 치유하는 것도 관계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완벽한 관계가 아니라
안전한 관계인지도 모르겠어요.
실수해도 괜찮고,
거절이 두려워도 괜찮고,
망설여도 괜찮은 관계.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집단이 끝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모두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구나.
다만 상처받을까 봐 조심하고 있었을 뿐이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조금 더 편안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당신과 연결되고 싶어요."
"당신이 좋아요."
그 말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 말이에요.
집단을 마치며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는 헤어짐이 두렵다고 해서 도망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리고 누군가에게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도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해도 되겠구나.
"그러니 우리도 이제 이렇게 해도 되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