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냄새를 따라 걷다, 마음이 발견한 산책길-게슈탈트심리치료
- cinogun
- 6월 2일
- 2분 분량

어제도 평범하게 출근한 날이었죠
일은 손에 잘 안 잡히고,
바깥 공기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사무실 바로 앞 개천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한동안 공사 중이던 곳이라 별 기대 없이 걸었는데,
웬일인지 거의 마무리가 되어 어요.
그런데 그 물에서 묘하게 찝찝한 냄새가 났어요.
하수구 냄새 같은.
“이거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네?” 싶기도 했고,
호기심 반 산책 반 마음으로 발길을 상류 쪽으로 돌렸어요.
냄새의 원인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길이 괜찮았어요.
공사 덕분인지 산책로가 잘 정돈되어 있었고,
나무도 많고 사람도 뜸해서 조용했거든요
처음엔 ‘어디서 이 폐수가 나오지?’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걷다 보니 냄새는 어느 순간 잊히고 풍경에 마음이 스며들었어요.
그 길이 점점 장산공원 쪽으로 이어지는
걸 보고는 ‘이런 곳이 있었네…’ 싶었어요.
누구도 소개해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찾아낸 기분.
원래 목적이었던 신고는 까맣게 잊고,
선물처럼 만난 산책길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졌어요.
늘 내가 알던 동네였는데,
다르게 다가왔어요.
앞으로 자주 걸어야겠어요.
몸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하루 30분만 하자” 다짐했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른 채 두세 시간씩 몰입하게 되네요.
신기하게도 마음이 움직인 날은
내 손도 살아나는 것 같아요.
어제도 그랬어요.
산책길에서 받은 바람과 초록색이 손끝으로 흘러들어온 듯,
그림이 한결 가볍고 부드러웠어요.
그리고 그 전날,
반가운 손님이 사무실을 찾았어요.
게슈탈트 수련을 함께하고 있는 선생님.
오랜만에 뵈었는데,
부모님 관련한 이슈가 있으셨는지 얼굴이 많이 수척해 보였어요.
평소 같으면 상담자로서 대화를 나눴을 텐데,
이상하게 그날은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주로 그분 얘기를 들었고,
중간중간 나도 내 마음을 나눴어요.
이상하게도 그런 만남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 안에도 오래된 이야기들이 고요히 움직이는 것 같았거든요.
그 시간이 좋았던 건,
오랜만에 ‘누군가를 도와줘야 하는 나’가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머물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사는 일은 어쩌면 이런 작고 조용한 순간들 덕분에 다시 고요해지는 것 같아요.
하수구 냄새로 시작된 하루가 산책길의 초록으로 마무리되고,
반가운 사람의 지친 얼굴이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로 남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던 하루가,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무언가를 풀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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