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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냄새를 따라 걷다, 마음이 발견한 산책길-게슈탈트심리치료



게슈탈트심리치료

어제도 평범하게 출근한 날이었죠

일은 손에 잘 안 잡히고,


바깥 공기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사무실 바로 앞 개천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한동안 공사 중이던 곳이라 별 기대 없이 걸었는데,

웬일인지 거의 마무리가 되어 어요.

그런데 그 물에서 묘하게 찝찝한 냄새가 났어요.

하수구 냄새 같은.

 “이거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네?” 싶기도 했고,

호기심 반 산책 반 마음으로 발길을 상류 쪽으로 돌렸어요.


냄새의 원인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길이 괜찮았어요.

공사 덕분인지 산책로가 잘 정돈되어 있었고,

 나무도 많고 사람도 뜸해서 조용했거든요

 처음엔 ‘어디서 이 폐수가 나오지?’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걷다 보니 냄새는 어느 순간 잊히고 풍경에 마음이 스며들었어요.


그 길이 점점 장산공원 쪽으로 이어지는

걸 보고는 ‘이런 곳이 있었네…’ 싶었어요.

 누구도 소개해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찾아낸 기분.

원래 목적이었던 신고는 까맣게 잊고,

선물처럼 만난 산책길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졌어요.

늘 내가 알던 동네였는데,

다르게 다가왔어요.

앞으로 자주 걸어야겠어요.

몸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하루 30분만 하자” 다짐했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른 채 두세 시간씩 몰입하게 되네요.

신기하게도 마음이 움직인 날은

내 손도 살아나는 것 같아요.

 어제도 그랬어요.

산책길에서 받은 바람과 초록색이 손끝으로 흘러들어온 듯,

 그림이 한결 가볍고 부드러웠어요.


그리고 그 전날,

반가운 손님이 사무실을 찾았어요.

 게슈탈트 수련을 함께하고 있는 선생님.

오랜만에 뵈었는데,

부모님 관련한 이슈가 있으셨는지 얼굴이 많이 수척해 보였어요.

평소 같으면 상담자로서 대화를 나눴을 텐데,

이상하게 그날은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주로 그분 얘기를 들었고,

중간중간 나도 내 마음을 나눴어요.


이상하게도 그런 만남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 안에도 오래된 이야기들이 고요히 움직이는 것 같았거든요.

 그 시간이 좋았던 건,

오랜만에 ‘누군가를 도와줘야 하는 나’가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머물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사는 일은 어쩌면 이런 작고 조용한 순간들 덕분에 다시 고요해지는 것 같아요.

 하수구 냄새로 시작된 하루가 산책길의 초록으로 마무리되고,

반가운 사람의 지친 얼굴이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로 남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던 하루가,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무언가를 풀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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