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으려 그린 그림"-게슈탈트심리치료
- cinogun
- 6월 11일
- 2분 분량

오늘처럼 햇살이 무거운 날엔,
누구 하나 웃고 있어도 그 웃음 속에 눌린 한숨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그림 그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그녀는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어요.
감정을 삼킨 흔적처럼.
종이를 꺼내자마자 색연필을 꺼낸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빈 종이를 까만 선들로 거칠게 채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낙서 같았죠.
“남편이 아이 학원을 보내려면,
나더러 돈을 벌어오래요.”
그녀는 그림을 다 그린 뒤 조용히 말했어요.
그녀가 그린 그림 속에는 작고 연약한 불꽃 하나가 있었어요.
어두운 배경 속에서 힘겹게 살아있는 불빛처럼.
그녀는 요즘 몸이 좋지 않아요.
손목을 다쳐서 무거운 물건을 들기도 어렵고,
마음도 오래 전부터 고장 난 것 같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집안의 책임은 온전히 쏠려 있었죠.
왜 ‘당신은 힘드니까 좀 쉬어’라는 말보다
‘그러니까 네가 더 해야지’라는 말이 먼저 나올까요.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더 부족하다고 느꼈대요.
그리고 그 감정은,
검은 선으로 스케치북을 채우는 손끝에서 그대로 흘러나왔어요.
어쩌면 말보다 그림이
더 정확하게 그녀의 심장을 보여줬는지도 몰라요.
나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라고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아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을 거예요.
그럴 땐 아무 말도 없는 침묵이,
오히려 그 사람의 진심을 말해주는 듯해요.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가벼운 듯 무거웠어요.
자신을 지탱할 힘이 바닥나 있는 사람은
몸이 아니라 ‘숨’으로 버티고 있다는 걸, 그제야 느꼈어요.
“내일 또 올게요.”
그 말이 어쩐지 참 고맙게 들렸어요.
그녀가 그래도 ‘다시 오겠다는 선택’을 해준 거니까요.
나는 오늘도 내가 던진 말 하나를 되뇌어요.
‘어떻게 하고 싶어요?’
그 질문이 그녀에게 위로였을지, 무게였을지,
아니면 그냥 지나간 바람이었을지.
그래도 나는 믿고 싶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낙서처럼 그려낸 그림 한 장이
누군가에겐 다정한 언어가 될 수 있고,
그리고 ‘다시 오겠다’는 그녀의 약속은
작은 불꽃 하나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기를.
"말이 닿지 못할 때,
그림이 대신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그걸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요?"
게슈탈트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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