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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키워야 했던 소녀 이야기-게슈탈트 만남

최종 수정일: 4월 25일

그녀는 어릴 적, 몸집을 키워야만 했어.

물리적인 몸이 아니라, 존재감, 목소리, 태도 말이야.

무서운 아빠 앞에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나이 많은 언니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고 여린 아이는 어쩔 수 없이 큰소리를 내야 했어.

그렇게 생존을 위한 그녀만의 전략이 시작되었어.

어린 그 소녀는 매 순간이 전투였어.

집 안의 공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온 신경이 곤두섰고,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요동쳤거든.

'지금 말하지 않으면, 엄마가 다칠지도 몰라.'

'지금 버텨내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살아남아야 했고, 그렇게 살아내었어.

그 어린 소녀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싸워야 했어.

시간이 흘러, 그 소녀는 어른이 되었어.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어.

사람들은 그녀를 강한 사람이라 말했고,

잘 살아온 사람이라고도 말했지만,

그녀는 스스로가 너무 낯설어 했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그녀는 자신을 잃는 순간들을 마주했거든.

가족의 말투, 남편의 표정, 아이의 울음소리조차

자신을 향한 공격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면

이유도 모른 채 가슴이 벌렁이고, 숨이 막히고,

이성을 잃은 채 크게 소리치고 있는 자신을 봐라보며.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향해

끝없는 비난을 쏟아부었어.

"왜 또 그러는 거야."

"이건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잖아."

"제발 좀 바뀌자, 제발..."

그녀는 알고 있었어.

그렇게 소리치는 자신은

어릴 적 그리워했던 '다정하고 안전한 엄마'의 모습도 아니고,

이루고 싶었던 ‘편안한 가족’의 모습도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자신이 더 미웠던거야.

변하고 싶은데, 달라지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자신에게 자꾸만 화가 나고 속상했어.

그렇게 자신을 책망하며, 그녀는 점점 더 지쳐갔어.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마음이 아팠어.

내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야.

나 역시 나를 지켜야만 했던 아이였거든.

다만, 나는 그녀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았어.

주변에 높은 벽을 세우고, 그 안에 나를 숨기는 방식으로.

나는 세상과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그녀는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였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지켜야만 했었지.

그녀를 바라보며, 나에게 물었어.

"그 시절,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녀에게, 곧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어.

"널(날) 지키기 위해 사용했던 그 에너지는 나쁜 게 아니야.

그건 너(나)를 살게 했고, 너(나)를 자라나게 했고,

지금의 너(나)를 만들어준, 생명의 에너지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울기 시작했어.

처음엔 조용히, 그러다 이내 꺽꺽 소리를 내며 울었어.

오랫동안 참아온 울음이었거든.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감정이었고,

자기조차 모르게 억눌러두었던 슬픔이었어.

그리고는 조용히, 고맙다고 말했어.

그 말 한 마디가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게 만들었다고.

변하지 못해도, 바뀌지 않아도,

자기를 이해하려는 시도 하나가

자기 삶의 방향을 조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그녀는 그제야 느꼈다고 했어.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빌었어.

"그녀의 그 여정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이어지기를.

그 소녀가, 이제는 안심하고 쉴 수 있기를.

그 어린 내가, 그리고 그녀가

자기에게 더 이상 소리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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