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 속 어둠은, 어쩌면 오래된 외로움의 초대일지도 몰라요"-게슈탈트 심리치료
- cinogun
- 8월 1일
- 2분 분량

그녀가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왔어요.
학교는 방학을 했고, 오랜만에 남자친구도 만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안 하기”를 연습 중이라고 했어요.
자신을 괴롭히는 비판적인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 소리를 흘려보내보려 노력 중이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얼굴에서 뭔가 조금은 말랑해진 기운이 느껴졌어요.
그런 그녀가 조용히 꺼낸 이야기에 저는 깜짝 놀랐어요.
"새벽에요… 잠결에 깨면,
검은 형체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어요.”
그녀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가위’에 눌려왔다고 했어요.
혼자가 된 어둠 속, 누군가의 기척 같은 것이 느껴지고,
온몸이 마비된 채로 공포에 휩싸인 시간들.
그 경험의 뿌리는 어린 시절에 있었어요.
중학교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아무도 없는 어두운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서 울었다고요.
그 장면을 상상하니,
너무 무섭고 외로웠겠다는 마음이 가슴 깊숙이 올라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날,
그녀의 꿈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작은 인형들을 가운데 놓고,
그녀를 둘러싼 존재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한 거예요.
그녀는 인형 하나가 되어 말했어요.
“눈을 떠서 나를 봐!”
몸을 비틀며 그렇게 외쳤어요.
그들의 눈은 "검은 바탕에 초승달 모양이지만,
동공이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다른 인형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널 놀래킬 거야.
그러니까 눈을 떠, 우리를 쳐다봐."
그 순간, 저는 말했어요.
"그럼 이번엔,
누워 있는 당신 자신이 되어서 말해볼래요?"
그녀는 온몸을 긴장시키며 외쳤어요.
“찾아오지 마!”
그리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 존재들에게 질문을 건넸어요.
"너희는 왜 그녀를 찾아오니?"
그녀 스스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애썼고,
그리고 들은 답은 의외였어요.
“같이 놀자.”
그 말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어요.
그녀도 놀라워했죠.
그렇게 무섭기만 했던 꿈의 존재들이,
그저 같이 놀고 싶었다고 말하다니.
우리는 종종,
어떤 완결되지 못한 사건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어요.
버려진 강아지가 자신을 버린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듯 말이죠.
그건 우리 마음의 유기체가
‘완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일지 몰라요.
삶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마주하라’고, ‘완성하라’고 초대하는 것.
그래서 꿈속에서라도,
오래된 기억의 그림자 속에서라도,
다시 그 시간을 만나게 하나봐요.
어쩌면 그녀를 찾아왔던 그 인형들은
“놀자”는 말로,
그녀가 그 시간 속에서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그 시간을 껴안아도 괜찮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게슈탈트 심리치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