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을 돌보고 계신가요?"-게슈탈트 심리치료
- cinogun
- 8월 1일
- 2분 분량

오늘은 그녀와 네 번째로 만나는 날이었어요.
그녀는 언제나처럼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오늘 그녀의 눈빛에는 조금 다른 빛이 머물러 있었어요.
지난 주 상담을 마치고 나간 그 날 이후,
자신 안에 있는 어떤 마음을 하나 알아차리셨다고 해요.
‘모든 것을 내가 다 해야 한다’는 마음이
오래전부터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노라고요.
직장 동료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요.
“너, 예전에도 그렇게 혼자 다 감당하려 했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뜨끔했다고요.
그리고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고 했어요.
그녀의 삶은 늘 ‘책임’이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아요.
남편과 아이, 직장과 주변 사람들…
모두를 돌보며 살아온 시간들이었어요.
그런데 그 무거운 책임감 아래서
분노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고 했어요.
특히, 남편의 말 한마디가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느끼게 할 때면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 말이요,
“저는 그렇게 들려요.
무능하다는 말처럼요.
제 안에 아주 오래된 상처를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마음 어딘가가 살짝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여쭈었어요.
“그 무거운 책임, 그걸 지고 계신 ‘무엇’이 있다면,
그건 어떤 걸까요?”
그녀는 고요히 고개를 숙이셨고,
잠시 후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돌봄이에요.”
그리고, 그녀는 울었어요.
그 순간,
저는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다가왔어요.
어릴 적, 부모님이 일찍 곁을 떠나셨고 장녀였던 그녀는 그때부터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고, 울고 싶은 자신을 다그치며
매일매일을 버텨왔던 거예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야 했던 삶.
그래서일까요.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었어요.
“그런데요… 당신은,
당신 자신을 어떻게 돌보시나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모르겠어요…
그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더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다시 조심스레 물어 보았어요.
“그럼, 남편이나 아이는 어떻게 돌보시나요?”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을 했어요.
“그들의 마음을 살펴요.”
그 한마디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어요.
사실 그녀는 돌보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만 그 방법을 써보지 않았던 거예요.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자기 안의 어린 아이를 외면하며 살아오셨던 것 같았어요.
그 아이는 상처받은 채, 방치된 채,
마음 한켠에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말했어요.
“이제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어요.”
그 말에 저도 덩달아 울컥했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돌보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나를 돌보는 데에는
너무 서툴렀던 것 아닐까요.
오늘 그녀가 보여준 그 눈물은,
그 다짐은 어쩌면
진짜 ‘돌봄’의 시작으로 보여서 괜히 반가웠어요!!
게슈탈트 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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