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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지는 것들"-부산심리치료


부산심리치료

그는 여섯 번째로 나를 찾아온 날에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요.

“저는… 악이 무서워요.”

몸을 살짝 웅크리고, 손끝이 떨리던 그 순간을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의 말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과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그 안에서 저는 무언가 오래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단지 말이 아니라, 그의 몸과 표정,

 그 안에 가둬진 어린 시절의 어떤 장면이 함께 말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가 느끼는 ‘악’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어둡고 무거우며, 언젠가 자신을

덮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의 상징이었죠.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 속에 유복하게 자랐다고 말했지만,

그가 느끼는 세계는 이상하리만큼 불안정하고 위협적이었어요.

며칠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이비 종교 관련 영상 하나가

그를 다시 깊은 구렁텅이로 끌고 갔다고 해요.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이 악한 무언가에 물들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스스로를 학대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요.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당신을 괴롭히는 건 어쩌면…

당신의 생각일 수도 있겠네요.”

그는 순간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사실 그가 말한 ‘악’이라는 건,

어떤 외부의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그림자일지도 몰라요.

그는 “이 선은 넘지 말아야 해요”라고 반복했어요.

그 선을 넘는 순간,

 그는 자신을 몰아붙였고,

 ‘나는 악하다’, ‘나는 위험한 존재다’라는 믿음에 사로잡히곤 했죠.

우리의 대화는 점점 그의 경계선,

그 금기에 가까이 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직 그 선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우리는 잘 몰라요.

그래서 저 역시 조심스러워지고 있어요.

그의 ‘생각’에 집중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 생각이 만들어낸 몸의 떨림과 긴장,

그 생생한 ‘감각’에 집중해야 할까요?

그의 말과 몸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했어요.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을 만큼 절박했죠.


그때, 저도 문득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아버지를 떠올리면 늘 공포가 따라왔어요.

그때의 아버지는 제게 현실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어떤 악령 같은 상징이기도 했거든요.

한밤중에 꿈에서 깨어났을 때,

방 안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그 그림자.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내 상상인지 경계를 알 수 없었던 그 시절의 공포.

지금, 그와 나, 우리 둘은 함께 그 경계선 위에 서 있어요.

그가 언젠가 그 어둠을 바라볼 용기가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 어둠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가 자기 안의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그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그는 그 자리에 서 있고, 저도 그 곁에 함께 서 있어요.

망설임도, 침묵도, 지금은 필요한 시간이에요.

그의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 저는 기다릴 거예요.

그의 손이 어둠을 향해 천천히 움직일 그날을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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