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망치지 않았어, 단지 너무 버텼을 뿐이야"-부산심리치료
- cinogun
- 9월 7일
- 2분 분량

“나는 망친 사람이에요.”
그 말을 꺼낸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한숨을 쉬었어요.
상담 장면 내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고,
어쩌다 한 번 힐긋 쳐다보고는 다시 바닥을 보곤 했죠.
그 조심스러운 눈빛 사이로,
얼마나 많은 말들이 숨어 있는지
나는 느낄 수 있었어요.
아이의 삶은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감당해 온 시간이었어요.
방학을 맞아 한국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왔지만,
고향은 뉴욕이에요.
그곳에서 엄마와 동생 세 명과 함께 살고 있어요.
아빠와는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이혼 이후로
연락을 끊었고요.
아이의 시간은 평범하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안 살림을 도왔고,
어쩔 수 없이 가족의 무게를 어깨에
얹은 채 자라야 했죠.
자기 방 하나 없이 작은 집에서 지내며,
맏딸이라는 이유로 동생들을 돌보고 살림도 맡았어요.
그게 일상이었고, 자연스러웠고,
너무 일찍 철든 마음은 그렇게 자리를 잡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돌아오는 말은 늘
“좀 더… 좀 더…”였어요.
"고마워, 수고했어, 참 잘했어… "
그런 말은 들은 적이 거의 없었대요.
뭘 해도 부족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자신을 들키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해야 했어요.
“자신으로 살면 안 되는 거였겠네.”
그 말은 곧 “내가 누구인지 드러내는 건 위험한 일이에요”라는 뜻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내가 조심스레 물었어요.
“넌, 어떻게 살고 싶니?”
잠시 고요한 시간이 흐른 뒤, 아이는 작게 대답했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
그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그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는지,
이내 다시 고개를 숙였어요.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였어요.
“근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 용기가
얼마나 절박하고 소중한지 알기에,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어요.
“넌 자유롭고 반짝이는 보석 같아.”
하지만 아이는 별로 믿지 않는 눈빛이었어요.
그럴 리 없다는 듯이,
오히려 더 움츠러드는 표정이었죠.
그래서 나는 덧붙였어요.
“늘 자유를 꿈꾸는 너는
누구보다 자유에 대해 잘 알 거야.
너는 자유에 대해서 이미 많은 걸 알고 있는 전문가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에,
자유를 더 깊이 꿈꾸고,
자유가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간절하게 그려본 너니까.
세상은 때때로 우리에게 묻지 않아요.
너는 괜찮았냐고, 너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냐고,
넌 뭘 원하느냐고.
그 아이에게 세상은 그런 곳이었어요.
실수하면 안 되는 곳, 눈치를 봐야 하는 곳,
자유롭게 살면 버려지는 곳.
하지만 아이는 그런 세상에서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말 안에는 분명 살고 싶다는 의지가 들어 있었어요.
자기를 잃지 않고,
자기를 찾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어요.
나는 그 마음을 믿어요.
지금은 믿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군가는 믿고 기다려주면 되니까요.
부산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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