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슬픔이 내 마음을 건넜다-부산심리치료
- cinogun
- 5월 18일
- 2분 분량
어제 상담 중에,
한 내담자가 자기 안의 슬픔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그녀 안에 오래 감춰졌던 감정 하나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어요.
그리고 그 감정이 바로 '슬픔'이라는 걸 인식한 순간,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말없이 울고 또 울면서,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애써 감추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그 감정을 외면하고 살아왔는지,
그 모든 시간이 한순간에 전해졌어요.
그 울음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었어요.
오랜 시간 밀어두고 외면해왔던
자기 자신과 마주한 순간의 울음이었죠.
저는 그저 그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말로는 다 전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죠.
"괜찮아요. 같이 있어요.
함께 하고 있어요."
그 말을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상담자로서,
말을 걸지 않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어쩌면 더 깊은 만남이 될 수 있다는 걸 믿으며.
그러면서 문득,
제 안의 어떤 기억과 마음도 불쑥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감정에서 도망쳐 본 적이 많거든요.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다른 얼굴로 살아낸 시간들이 거의 전부였던 것 같아요.
상담자라는 역할로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눈물 속에서 제 모습도 자꾸 겹쳐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한 사람으로서 같이 흔들렸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함께 머무르다 보니,
마음속으로 이런 바람이 생겼어요.
"열심히 지금으로 돌아오자.
나와 함께하는 이 자리로 돌아오자."
그녀가 다시 현실의 감각으로,
자기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슬픔이 자기인 것을 받아들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것은 단순히 감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
'나는 이런 존재다'라고 받아들이는
깊은 자기 인식의 과정이니까요.
상담이 끝난 뒤에도 그녀의 눈물,
그녀의 손 떨림, 그녀의 표정이
자꾸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마치 어제의 장면이 오늘까지도 내 안에서 울리고 있는 듯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힐 수도 있겠지만,
이 마음은 조금 더 오래 함께 머물 것 같아요.
어제가 지나고 오늘이 왔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제 마음에 머무릅니다.
그건 어쩌면 제가 상담자로 살아가며
지켜가고 싶은 태도일지도 모르겠어요.
한 사람의 내면 깊은 곳을 만나는 일.
그리고 그 순간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충분히 함께 있어주는 일.
오늘은 그런 하루입니다.
어제를 품고, 오늘을 살아가는 하루.
슬픔이 자기인 것을 알아차린

내담자와,
그 곁에 있었던 나.
우리는 그렇게 함께한 순간을 마음에 담고,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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