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병이 너의 스승이야"-게슈탈트심리치료
- cinogun
- 6월 2일
- 2분 분량
어제, 오래전 내담자였던 지인을 만났어.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벌써 10년 전쯤이야.
그녀뿐 아니라 남편, 그리고 아들도 함께 상담을 했었지.
아들의 성장 과정도 자연스레 함께 지켜보며
가족의 삶에 조용히 곁을 내어주던 시간들이 떠올랐어.
며칠 전, 그녀에게 연락이 왔고
어제 부산 근처 울주 쪽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어.
이른 여름의 싱그러움, 말갛게 비춘 햇살,
바람이 그저 다 한 것 같은 날이었지.
그녀는 오랜 지병이 있어.
유전병이라 걷는 것도 조금 불편하고,
계단을 오르는 일도 쉽지 않아.
그런데 그런 몸으로도 긴 시간 동안
가족을 돌보고, 일하고, 또 자신의 길을 걸어왔어.
어제 나눈 이야기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한 문장이 있어.
그녀에게는 80세가 넘은 멘토가 계시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찾아뵙고 대화를 나눈다는데,
그분이 어느 날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
"그 병이 너의 스승이야."
그녀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어.
그게 참 인상 깊었어.
병이 고통인 줄만 알았지, 스승이라는 말은…
왠지 낯설고도 납득이 되는 말이었거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스승이 있어.
화려한 강단 위의 인물이 아니라,
매일 마주 앉는 내담자들이 바로 내 스승이야.
그들은 아프고, 흔들리고,
가끔은 부서진 마음으로 찾아와
내 앞에서 자신의 삶을 조각조각 꺼내 놓지.
그 조각들을 함께 들여다보며,
나도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배우게 돼.
그녀의 말이 내 마음을 가만히 적시더라.
병이라는 고통을 살아낸 시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고,
또 누군가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는 그녀.
그래서인지,
그녀의 눈동자와 말투는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었어.
어떤 고통은 그냥 아픔으로만 끝나지 않아.
그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말 없는 온기, 깊은 이해,
조용한 강인함이 생기니까.
그녀가 말한 멘토의 말처럼,
우리 삶에도 누군가 ‘스승’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들이 있어.
때로는 질병, 때로는 실패,
어쩌면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빈자리일 수도 있어.
그리고 어쩌면…
오늘 마주한 누군가의 눈물일지도 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나를 가르치는 것 같다고.
그러고 보면, 나도 매일
내 앞에 앉아 있는 그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나 자신을 배워가고 있는지도 몰라.
그녀의 병이 스승이 될 수 있다면,
우리 각자의 삶에도 스승이 있겠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가르치고 있는 그 존재 말이야.
#게슈탈트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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